아침부터 일찍 눈이 떠졌다. 그렇다고 달콤한 잠을 잔뒤 깨어난 것은 아니였다. 그냥 선잠을 자고나서 깨어난 피곤한 아침이였다. 오늘 5K 대회가 있어서 '잠을 잘 자야 된다.'라는 강박으로 더 못잔 것 같다. 피곤해도 어쩌겠나, 이미 달콤한 숙면의 시간은 지나간 것을..
잠도 설쳤겠다. 그냥 일찍 대회 장소인 Alexander Park로 이동했다. 점점 해가 짧아지다 보니 7시가 넘었음에도, 여전히 어두웠다. 너무 도착을 일찍 했는지 스텝들은 행사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체크인 부스도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그런데 누가봐도 대회 참가자의 복장을 하고 있어서 였는지, 스텝 중 하나가 먼저 말을 내게 걸어주었고, 맨 처음으로 체크인을 한다며 반겨주었다.
그리고 한 20분 쯤 지나자 해가 점차 뜨기 시작했고, 대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는 5K Run과 5K walk이 동시에 진행을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참가인원이 있어 조금은 놀랬다.
당연하겠지만, 5K Run을 하는 인원이 선두에, 5K Walk에 참가한 인원은 후미에 두고 행사를 진행했다. 5K Run참가자 중에서도 사전 신청한 평균기록에 따라서 순서를 재배치 했다. 아무래도 속도가 빠른 참가자들과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참가자들 간의 불협화음을 줄이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나는 노란색 스티커 그룹으로 묶였고, 5K Run 참가자 들 중 중간 그룹에 속했다. 그룹의 구성원을 보니 파릇한 소년부터 흰머리가 자욱한 할머니까지 다양한 세대의 러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룹 구성원들을 보고, 살짝 교만해졌다. 왠지 이 그룹에서는 상위권에 들어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생각이 얼마나 우물 안 생각이였다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을 못자 몸이 무거운 것은 뒤로 하고, 출발 신호와 동시에 한 어린 소녀가 치고 나가는 것을 보고, 따라가다 보니 순간 내 페이스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달리기 중간 백발의 노부부가 나와 역전과 역전을 반복을 하다, 결국은 페이스를 잃고 그들을 놓쳐버렸다. 여기에 하이라이트는 한참이나 뒤에 있던 한 소년이 이 노부부에게 역전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역전하고 가버린 것을 보고 의욕이 상실했다.
중간에 달리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초반 페이스 조절에 실패로, 노부부와 어린 소년에게 역전 당한 것이 두고두고 신경이 쓰였다. 굳이 핑계거리를 대자면 노부부 중 할머니는 그 나이대 1등으로, 어린 소년 역시 그 나이대 1등으로 들어왔다는 것. 나는 내 나이대 2등으로 들어왔다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 페이스가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졌으니 말이다.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숙제를 발견한 대회다. 그런데 5K Run 참가에 33$이면 너무 비싼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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